내가 쓴 글/번역 11

선친 제문

제 문 슬프다 나의 둘째 아우 류경필(柳警必)은 갑인(1974)년 11월 15일에 살던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이 달 이 날은 소상이다. 가형(家兄) 동수(東銖)는 눈물을 닦으며, 평생 동안 의지하고, 명을 보전한 일들을 엮어 전일(14일) 저녁제사에 인하여 통곡하면서, 영결을 고한다. 참으로 괴롭고, 참으로 괴롭다. 이 세상에 살면서 무슨 잘못을 하늘에 얻었기에 오늘 군을 통곡하는데 이르게 되는가? 옛 달관자의 말에 「이미 이 세상에 왔다가 누가 저승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 이 세상에 먼저 온 자가 뒤에 가고, 이 세상에 뒤에 온 자가 먼저 가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이치다」고 하였다. 슬프다. 나는 나이 14세에 관(冠)을 쓰고 장가들어 처가에 가서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채거리에 이르러 아..

초유일도사민문

초유일도사민문(招諭一道士民文) 鶴峯 金誠一 선생은 1592년 5월 4일 초유사의 명을 받고 함양에 당도하니 고을은 비었고 수령과 늙은 아전 몇 사람이 있는데 즉석에서 붓을 들어 ‘초유일도사민문’을 草하였다. 그 원문은 한문인데 감동을 주는 명문이다. 그러나 안동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한문으로 된 글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 초유문 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의병창의의 바탕이 되었다고 느끼면서 쉽게 풀어서 여기에 싣는다. - 1992년 綠野 柳 仲榮 -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未曾有) 국란(國亂)을 당하여, 방어용 장애물과 간성이 바람결에 달아나고 무너졌으니, 우리 백성은 누구를 믿어 흩어져 도망가지 않겠는가! 이때가 뜻있는 선비(志士)는 창을 베개 삼을 때다. 충신(忠臣)은 국가를 위해 죽을 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