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림 좋은글 모음/시(詩)

국화 옆에서, 초혼

록야綠野 2012. 4. 8. 11:31

 

국화(菊花)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재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경향신문](1947.11.9)

 

 

 

초혼   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사람이여

사랑하던 그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웠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저 나가앉는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

선채로 이자리에 돌이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사람이여

사랑하던 그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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